독 서 (마음에 양식)

순이 삼촌 (현기영) NO 2010-30.

신관사또 2010. 6. 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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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 전사자 몇백과 무장공비 몇백을 빼고도 5 만명에 이르는 그 막대한 죽검은 도대체 무었인가? 대사를 치르려면 사기그릇 좀 깨지게 마련이라는 속담은 이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불탄 집터에 가면 그래도 타다 남은 양식이 있을 텐데 ...마을엔 아직 양식이 있었다. 산폭도에게 빼았기지 않으려고 땅속이나 작박(돌무더기) 속에다 숨겨놓은 고구마며 좁쌀 섬이 있는 것이다.

귀리집도 정지바닥에 땅을 파고 쌀독을 묻어놓고 있었다.

지척이 천리라던가...

 

아무리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 애썼지만 도무지 일을 치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구슬리고 달래고 꼬집어도 그놈은 껍질 속에서 통 기어나오지 않았다.

노상 오뉴월의 가래엿처럼 흐느러져 있을 뿐이다.

 

육지 중앙정부가 돌보지 않던 머나먼 벽지, 귀양을 떠난 적객들이 수륙 이천리를 가며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던 유배지,목민에는 뜻이 전혀없고 오로지 국마를 살찌우는 목마에만 신경썼던 역대 육지 목사들, 가뭄이 들어 목장의 초지가 마르면 지체없이 말을 보리밭으로 몰아 백성의 일년 양식을 먹어 치우게 하던 마정,백성을 위한 행정은 없고 말을 위한 행정만이 있던 천더기 땅.저주받은 땅. 천형의 땅...

 

이 천형의 땅에 30년 전 4.3 사건이 일어나 섬이 싸그리 초토화 되어버렸다...

 

 

NO 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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