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서 (마음에 양식)
장길산-10 (황석영) NO 2012-22
신관사또
2012. 3. 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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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계곡을 지난 물이 되돌아오던가...녹림에서 한번 발설하면 목이 달아나도 지켜야하오.
이제는 고목나무 등걸같이 되어버렸으나 뿌리만 든든하다면 곧 꽃을 피울 겝니다.
宮貴人(궁귀인)도 담 밖에 내치면 파락호요, 똑같은 까마귀 암수 가리기가 어렵다오.
낮도깨비 마실 돌듯이 불쑥 내 집에 찿아왔소?
흥정은 빠를수록 좋고, 신용은 길수록 좋다구 합디다.
들판의 잡풀을 뽑아 던져보아도 바로 그 자리에서 말라죽지 않고 더욱 많은 씨를 이듬해에는 꿋굿이 무리로 되살아나지 않더냐.
뚝하면 울 밑에 조롱박이라고 다 아십니다.
지는 해를 향하여 걷는 나그네의 그림자와같이 이 사람의 자태는 쫓으면 쫓을 수록 멀어져간다. 아, 이 사람은 저 물과 같은 사람이다. 저리도 밤새껏 잠을 깨워놓고 두런두런 도란도란 하염없이 흘러내려가는 까막내의 물소리처럼 문득, 가버릴 사람이다.물아 흐르거라, 흘러가거라. 두런두런 도란도란 두런두런 도란도란.
후일을 기약하고 역사 속에서 스스로 실종한 장길산부대의 오리무중의 행방은 운주사 전설만큼 허망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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