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낚 시 . 기 타

내 고향 땅 끝 동쪽으로 가는 길목

신관사또 2022. 6. 19. 18:41
728x90
반응형


     털실로 짠 목도리를 하고 따스한 햇볕을 받는 눈부시었던 햇살과 재잘거리는 소리들 집 앞 대문간 안 디딜방아가 달린 그 대문밖 담장에 다닥다닥 붙어 서서 따스한  햇볕을 쬐면서 동네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들 흙 담벼락으로 똥 벌이 들어가면 볏짚으로 쑤셔 대며 벌들을 잡았지.
도랑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좁은 담벼락에 일렬로 줄 서서 따스한 햇볕 받던 어린 한 꼬마는 쉬지 않는 걸음걸이가 이제 길 건너 저만큼 성큼 와 서있다.
노을 빛 가득한 붉디붉은 저녁 지금 동쪽을 보며 회상에 잠겨 보련다.
내 고향 땅끝 작은 마을은 큰 앞산이 있고 작은 산들 로 빙 둘려 쳐저 있어서 겨울엔 바람이 잔잔하고 따스하고 푸근한 동네이다.
학교 갈때는 동네를 출발해 십 오분 가량 걸어서 빠져 나가야 신작로 길이 나오고 어쩌다 차는 간간히 울퉁불퉁한 길에서 시커먼 연기를 내 뿜으며 달릴 때 남자 아이들은 그 차를 따라가며 시커먼 매연 속으로 달려들어 차 뒷편에 매달린체 실없는 욕을 해대고 도시에서나 익숙한 휘발유 냄새에 코를 킁킁대며 한참을 가다 손을 놓아 가랑이가 찣어지도록 달리다 넘어지는 남학생 오빠들을 지켜보던때.
장마비라도 내리면 저수지 물이 넘쳐 신작로에 붕어와 미꾸라지가 길에서 파닥이면 그 광경을 본 의심스런 작은 꼬맹이는 오빠들에게 묻는다.
그물음에 오빠들은 하늘에서 떨어졌다며 장난스럽게 한 수 가르쳐 주었고 
그해 심어놓은 벼들은 한결같이 함께 누워서 대모에 가담한 풍경이랄까?
그해는 농사짓는 수고가 몇배나 더 했지만 수확은 가난한 농부에게 절망과 한숨에 젖은 힘없는 한해 농사가 된것이다.
어느 해 마다 벼가 익어 갈때쯤엔 등하교길에 오가는 여학생들한텐 간식거리가 되어 아침에 학교갈 때 벼 목을 꺽어 벼사이 물속에 담가두었다가 집에 갈땐 그 벼를 꺼내 새처럼 한톨한톨 까먹던 추억어린 내 찬란한 동쪽 끝자락임을..
이른 아침 여름날 반 넘재 밭둑위로 눈부시게 찬란히 떠오른 어린 기억속에 태양은 아직 내가슴에 간직되어묻혀 있다.
아침 일찍 엄마는 밭일 나가시고 나혼자 늦잠 자다가 헐레벌떡 샘가로 가려면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던 기억에 내 동쪽은 언제나 찬란했고 감긴눈을 번쩍 뜨이게 한 그곳.
세수는 고양이처럼 하고 허둥지둥 달려가면 신작로에 아이들과 재잘거림으로 가득 채워진 듯 했다.
청다리목 고개를 힘들게 잰걸음으로 헐떡이고 올라챗을때쯤엔 학교에서 들려오는 동요 노래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맴돌고 그 흥겨운 음악소리에 단숨에 학교까지 잰 발걸음을 재촉하였었던 그 동쪽으로의 여행 아닌 학교가는 길들이 기억으로 가득하다.
예쁨도 받고 선생님 칭찬도 받던 그 어린시절을 그려보면 오빠가 네명이고 언니가 한 분인 덕에 어린시절 사랑 많이 받던 막내로 우는 소리 와 비슷한 어리광 많던 어린 소녀였다.
학교까지 오 리 길을 매일 다니기에 몸이 약해서 많이 울었고 동네 아주머니는 내가 학교 갈 시간 대면 울고 가기에 덩달아 학교 갈 시간되었다며 자기집 아이들을 재촉했던 것이다.
큰오빠 큰언니는 한양으로 유학가시고 우리 넷은 조잘거리며 아침마다 학교길에 오르던 어느 봄이 오기전 흰 눈이 막 걷히고 파릇함이 보이는 보리밭 이야기가 있다.
참새가 날아서 보리밭에 앉으면 여 깃다 저 깃다 참새를 세다가 1학년인 나는 빨강 가방을 등에 맨 채로 그만 저수지 뚝을 헛디뎌 물에 풍덩 빠져 버린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또 중학교에 다니시던 둘째 오빠는 나를 물속에서 건져 내 아침 학교길이 아닌 집으로 되돌아와 갔었다.
얼음 같은 찬 물결 출렁임이 내 발을 자꾸 물속으로 잡아 당기는 느낌 아…그 느낌은 동쪽이 아닌 악몽이었던 일이 내가 바람 날아가 저수지에 빠졌다고 온동네에 소문이 났던 것처럼 너무 말라깽이로 작았기 때문에 많은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지금껏 살아 있음에 감사함이다.
그리고 몇해 후 그 저수지는 나를 한번 더 잡아 당겼었다.
중학생때는 검정 구두를 신고 다녔기에 그 신발 그대로 동네 친구들 이랑 꽁꽁 언 그 저수지에서 미끄럼타다 넘어져서 실려가 죽을고비를 넘긴 큰 사건이 있음에도 나는 오늘까지 목숨을 부지하여 살아서 동쪽으로 가던 길에 수많은 이야기거리 를 꺼내어 써본다는 게 어찌 보면 "오래 살고 볼일"이란  수식어가 이 나이 되고 보니 하나도 버릴 게 없고 그 '하나'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합쳐져서 지금에 내가 있음임이라 모두에게 감사하며 한번 더 전하며 하나 아닌 여럿으로 그 누구의 원망이 아닌 사랑이었음을 되새기며 갚을 수 있다면 하나라도 더 주고 베풀며 살아 가는게 내 마지막 소원일 게다. 이 나이에 건강이 원활하지 않는 다해도 마음만큼은 부드러운 큰 부자가 되어 내 주위가 환해진다면야 뭔들 못하리요.
지금도 가슴 저며 올 때면 그 동쪽에서 아름답던 네잎클로버를 찾던 어린 소녀를 꺼내 보고 집 뒤 산등성이 사이로 아득해 보이던 먼 서쪽 쪽빛 바다에 이름모를 큰 배와 은빛 물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꿈을 키운 소녀를 찾아갔던
찬란한 내 동쪽으로의 밀월여행 떠남이란 어린 소녀는  환갑을 훌쩍 넘 고서야 따스함도 고독함도 두루두루 만나게 맛 봄이리라.
오늘 이 페이지에 이글을 남김으로 . . . . .                                                                                                

                                                                                                                                                             김   청   자

728x90
반응형
LIST

'여행 .낚 시 . 기 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 야  (0) 2022.06.30
연화도  (0) 2022.06.28
그 섬에 가고 싶다  (0) 2022.06.08
샤워 겸용 수도꼭지 교체  (0) 2022.06.07
하트 디자인  (0) 2022.06.01